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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밖 너른 마당(249회-통합 654회) : 가을바람 같은 여심
가을바람 같은 여심
2019년 09월 06일(금) 08:59 [완주전주신문]
 

↑↑ 이승철=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남자 인정도 대단하지만 ‘여인의 고운 마음’ 존경스럽다. 두 여인이 마주 서서 하나는 ‘뭘 주려하고, 상대는 미안해’한다.

송편 다섯 개·개떡 3장 비닐에 싸고, 홍삼분(紅蔘粉:1.5g×21) 한 통은 포장 없이 그대로이다. 수량은 별문제이고 두 여인의 정분이 물건 값 100배보다 낫다.

주는 사람 개수와 상관없이 상대가 좋아 주고, 받는 이는 ‘이까짓 것’이 아니라 서로 고마워함이 바로 사랑-친분-자비-인정이다.

▲가난했던 시절 입 안의 것도 나눠 먹었다는 얘기 들었고 ▲굴뚝 연기 안 나는 집 마루에 조반하려 들고 나온 곡식 몇 줌을 나눠놓은 여인이 있었다.

▲아침 바깥 샘에 나가며 밥 한 덩이 넣고 나와 애 많은 여인에게 준 여사(임병교 자당)를 안다.

▲잔치준비 온종일 해주고 석양녘 돌아설 때 맛보라며 준 인절미 몇 개를 입에 대지 않고 앞치마에 가려 와 시어머님께 드린 아무개 며느리를 기억한다.

▲밭에서 오이 두 개 따오다 당숙모 만나 하나 드리는 당질부를 보았으며 ▲친정에서 해준 버선 벗어 숙모께 신겨드린 질부가 백발이구나.

▲뒷도랑 빨래터에서 데리고 들어와 밥 한 그릇 배추김치대가리 나눠먹던 부뚜막 두 여인 다 고인이다.

▲미나리나물 울타리 구멍으로 건네주던 낙평리 댁은 대성자모(大聖慈母) 관음보살 마음씨 같다.

▲장성한 아들 말 “어머니! 이제 길쌈 그만 하세요.”, 어머니는 “니들 입히려고 한다.” 어머님 그 말씀이 생각나 하늘에 대고 ‘어머니!’를 불러보나 대답이 없다.

나만 아는 얘기 아니며 우리 동네, 우리 집안, 아니 독자 어머님-당숙모-형수, 나아가 구이 댁-이서 댁 미담이다.

호박 하나, 묵 한 접시, 수제비 한 그릇이 오가며 친애하는 우리나라 여심을 만방에 선포해야 하나 오늘날 말하기 쉽지 않다.

아무개 어머니 할머님 뉘 집 이야기라 하면 젊은 층 당장 왜 남의 집 가난 들춰 창피하게 하느냐 대들어 멍하게 할 것이다. 칭찬도 격려도 어렵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다문화가족 행사장’ 격려사에서 상대를 치켜세우던 중 <잡종강세>소리를 했다가 혼쭐이 났다.

쇠갈비 택배 보내는 정성도 훌륭하지만, 들고 오던 대파 몇 개 나누는 여성의 친교가 진정 사람 냄새나는 우정이다.

여학생 새우깡 한 봉지 뜯어들고 나란히 걸으며 하나씩 집어 먹는 모습이나, 닭강정 가게 식탁 위 컵라면 하나에 두 사람 젓가락이 오르내리는 천진난만한 그 모습 귀엽고 아름답다.

여중생 신 한 짝씩 바꿔 신고 등교하다 기율부원 지적에 당황하던 그 소녀가 보고 싶구나.

남심 사로잡는 여심이 우리나라 여성사(女性史)이고, 오가는 정분 속에 화평이 온다. 이 가을 생각나는 여인이 많다. 수상한 뭉칫돈이 아니면 서로 주고받아라. 무뎌진 감성을 되 일으켜 보자구나.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adm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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