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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밖 너른 마당(233회-통합 638회) : 듣기 좋은 손자 이야기
듣기 좋은 손자 이야기
2019년 05월 10일(금) 08:52 [완주전주신문]
 

↑↑ 이승철=칼럼니스트
ⓒ 완주전주신문
손 전화 신호 ‘띠롱띠롱∼’… “할아버지! 저 성호(聖浩)예요.”, “워야!”, “할아버지 자전거를 손자인 제가 샀는데, 아들인 아버지가 갖다 드리지 않네요.”, “니가 내 자전거를 샀다고?”, “할아버지 자전거는 페달 돌리기 힘들어 발동기 달린 새 걸 샀는디요, 제 자동차는 좁아 실을 수 없어 아버지께 부탁드렸는데 가지고 가질 않네요.”

그 뒤 번듯한 새 자전거가 왔다. 손잡이가 낮아 앞으로 몸이 좀 쏠리지만 타고 다니던 고물에 비하면 자동차(?)이다.

임전(林田)에서 고산읍내 15분이면 거뜬히 가고, 화산면소재지까지는 오르막길 전엔 힘들어 등에 땀이 차고 목구멍에서 쓴 내가 났는데, 이젠 휘파람 불며 금방 도달한다. 남들이 자전거 좋다며 물을 때마다 손자 성호(1988년생)가 고맙고 귀여워 보람을 느낀다.

화산면 와룡리 임전마을 임순규 옹(翁) 이야기이다. 임 옹은 초등학교 동창우로 하는 말마다 거북함이 없다. 청·장년기에 좋은 일을 찾아 전국 여러 곳에서 살았고, 충남 청양 구봉광산 탄 캐는 막장 노동까지 해 본 산업 전사로서 보기 드문 인물이다.

인고의 세월 남부여대(男負女戴) 뼈저린 삶의 흔적이라며 손가락 검은 흉터를 보여준다.

옛 이야기를 하며 편히 쉴 나이 70대에 부인이 먼저 갔다. 이런 일을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슬픔. 용하게 잘도 참고 견뎌나간다.

부인 기일을 당하여 자손들이 모였다. 파제하고 갈 사람은 떠나는데, 유독 손자 성호만이 주춤거리며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야! 어서 떠나라. 서울이 아득한데 도착 시간을 생각해야 하지”. 손자의 말 “할아버지! 다들 떠나 얼마나 허전하시겠어요. 할아버지 주무실 때까지 있다가 가도 전 괜찮아요.” 당시 성호 스물다섯 살 때의 일이란다.

“‘띠릉띠릉∼’ 저 손자며느리예요, 할아버지! 진지 잘 잡수세요? 안녕하세요?” 이런 전화를 받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단다.

완주군 화산면에 평택임씨 많이 살고 임항석(1754∼?)·임세영(1821∼1895) 효자각이 있다. 이 어른의 후손이다. 이래서 ‘효자 집안에 효자 난다’고 한다.

임순규 옹 홀몸으로 쓸쓸하기야 하지만 자녀손이 있어 노후가 추하지 않다. 손자 성호로 말미암아 윗대의 임항석·세영 효자도 더 들어난다. 이게 천륜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 『논어』 강의를 열심히 듣는 모습을 본 손자가 『논어 번역 해설본』 전질을 사왔단다. 혈육 이래서 좋아 상속을 하고 상속에는 물질 외에 정신도 포함한다.

자연계에서 잔디나 도둑놈가시(도둑놈의갈구리) 씨가 있고, 씨가 있어 번식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남녀가 시집 장가를 포기하고 애 낳기 싫어 가문을 닫히게 하다니…허무맹랑하구나!

임성호는 보기 드문 효자 집 효손이다. 손부도 기특하다. 아삭아삭 단감 말랑말랑 홍시 같은 소소한 이웃 이야기가 더욱 재미난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
adm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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